기사 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389
악마적 매력? "갤럭시S는 아이폰 킬러" 등 엉터리 작문·편파 보도 논란
언론은 왜 유독 삼성전자에 관대할까.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 관련 기사는 언제나 칭찬 일색이다. 갤럭시S를 소개하는 기사에는 "아이폰 대항마"라는 표현이 숱하게 등장한다. 아이폰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기사도 쏟아진다. 그러나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런 기사에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낸다. 삼성전자의 언론 플레이일 뿐 갤럭시S는 아이폰에 한참 뒤쳐진다는 평가가 많다. 언론 보도와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이처럼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먼저 연합뉴스 등이 지난 2일 보도한 "갤럭시S, 아이폰 킬러"라는 기사.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한 기사인데 연합뉴스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애플 아이폰의 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거나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4가 안테나 불량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어 갤럭시S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대목을 중점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갤럭시S는 아이폰 킬러"라는 매일경제 7월3일 기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를 인용한 기사인데 실제로 이 신문은 그건 삼성의 희망일 뿐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인용한 터무니없는 왜곡보도다. 연합뉴스는 기사 말미에 "이 신문은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갤럭시S가 비록 하드웨어는 강력하지만 경쟁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짧게 언급했지만 정작 "전문가들은 갤럭시S가 하드웨어적 사양이 높긴 하지만 아이폰 킬러가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However, they doubt the GalaxyS can become the iPhone killer, despite its strong hardware)"는 대목을 쏙 빼놓았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이 기사는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아시아경제, YTN 등에도 인용보도됐는데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원래 기사는 '갤럭시S가 아이폰 킬러가 되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인데 국내 언론은 정 반대의 기사를 내보냈다. 매일경제는 아예 갤럭시S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모두 빼버렸다. 마치 외신들이 갤럭시S를 아이폰 킬러로 평가하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
"갤럭시S는 출시 7일 만에 한국에서 21만대가 팔렸으며 삼성은 100곳의 통신업체에 이를 공급해 세계 시장에서 매월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대목도 엄밀히 따지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i-on-i라는 정보기술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블로거 이은구씨는 "21만대는 실제 개통한 물량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나 대리점에 공급한 물량"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도 엉터리 번역 기사를 내보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지난달 29일 "'악마적 품질' 갤럭시S, 아이폰 대항 미국 점령'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악마적 품질'이란 단어는 미국의 정보기술 사이트 인가젯의 기사에서 따온 것으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Samsung's 4 inch Super AMOLED, 800×480, IPS-killing display. Touted as the technology that will finally rid AMOLED of its vampiric quality(삼성의 4인치 슈퍼 아몰레드는 800×400 해상도와 IPS 대항 디스플레이 등으로 기존 아몰레드의 치명적인 단점을 제거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vanpiric quality'는 문맥상 '악마적 품질'이 아니라 '치명적인 단점' 정도의 의미다. 심지어 원문에는 'rid(제거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초적인 수준의 독해 실력만 있어도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 뉴시스는 이 문장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IT 전문 온라인 매체 인가젯은 갤럭시S에 대한 리뷰기사에서 '갤럭시S의 슈퍼 아몰레드는 IPS를 죽여버릴 정도의 악마적 품질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시스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 문장을 삭제하고 제목도 수정했다.
갤럭시S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이 기사는 사실 구매행렬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경품행사에 몰려든 인파인 것으로 현지 언론을 확인한 한 누리꾼에 의해 밝혀졌다. 한눈에 봐도 줄 서 있는 게 아니라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도 뒤늦게 이를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스콜리온이라는 필명을 쓰는 이 블로거는 지난달 오스트리아에서 갤럭시S 출시를 기다리는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는 보도가 사실은 경품행사였다는 사실을 지적해 삼성전자 홍보팀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상당수 언론이 삼성전자 보도자료를 인용해 "오스트리아에서는 샵 오픈 한 시간 전부터 갤럭시S를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한 뒤였다.
이 블로거는 오스트리아 현지 언론 보도를 확인한 결과 이날 매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갤럭시S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갤럭시S 50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이벤트 참가자 뿐만 아니라 예약 구매고객과 현장 구매고객이 섞여 있었다"고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과도한 언론 플레이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아이폰 대항마'라는 전략에 걸맞게 갤럭시S와 아이폰을 비교한 기사도 쏟아졌지만 아이폰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갤럭시S의 장점을 강조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특히 아이폰4 출시 이후 안테나의 수신 감도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가 부쩍 늘어났다. 애플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그런 식으로 아이폰을 쥐지 않으면 된다"는 성의없는 답변 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물론 아이폰 역시 결함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결함에는 침묵하면서 아이폰의 결함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기사화하면서 부각시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는 기즈모도 기사(위)와 이를 인용보도했다가 삭제된 YTN 관련 페이지. 미국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는 기사가 한꺼번에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만 출시된 로그라는 모델이었는데 피해자는 승용차 운전석 아래 떨어진 스마트폰을 집어들려는 순간 폭발했다고 증언했는데 이 기사는 한나절이 채 안 돼서 모두 삭제됐다. 삼성전자는 언론사들에 압력을 넣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한 언론사 데스크는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의 스펙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낮아졌는데도 이를 숨겼다가 한 누리꾼이 이를 지적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출처 : http://savenature.tistory.com/4899) 갤럭시S에 앞서 출시된 갤럭시A는 스펙다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갤럭시A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중앙처리장치가 800MHz라고 홍보했는데 실제 출시될 때는 720MHz로 스펙을 낮추고 정확한 스펙을 보도자료에 표기하지 않았다. 이 역시 스마트폰 카페 등을 통해 논란이 확산되고 난 뒤에야 삼성전자는 "사전에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변경 사항이 발생할 때 제때 정확히 알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슬래시기어라는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 블로그에는 갤럭시S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돼 있다. 파워 버튼이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오른쪽에 있어 실수로 누르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도 있고 이메일을 열거나 메세지를 확인할 때 오작동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1GHz의 중앙처리장치가 무색하게 속도 지연현상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선명한 디스플레이 등 장점도 많지만 국내 언론 보도에서 갤럭시S는 결점이 전혀 없는 완전무결한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이폰이 도청에 악용될 수 있다는 조선일보 5월22일 기사. 그러나 이 시연에 사용된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삼성전자 옴니아2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식경제부가 공식 해명자료까지 냈지만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내지 않았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사례는 아이폰이 도청에 활용될 수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5월20일 "스마트폰 도청 위험 청와대 지급보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식경제부에서 시연된 해킹 사례를 소개하면서 "최경환 장관이 아이폰에 전송된 이메일을 클릭해 열람하자 아이폰에 도청 프로그램이 설치됐다"면서 "이후 최 장관이 아이폰으로 한 국장과 전화 통화를 하자, 전화 통화 내용이 그대로 해커역할을 했던 보안 전문가의 노트북PC를 통해 고스란히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PC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해킹에 이어 도청까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폰 사용자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다. 탈옥한 아이폰이 아니라면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아이폰 3GS 이하의 모델은 멀티태스킹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의구심은 지식경제부가 이날 시연에 사용한 스마트폰은 아이폰이 아니라 삼성전자 옴니아2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비로소 풀렸다.
아이폰의 취약점을 비판하려던 기사가 오히려 아이폰이 해킹에 안전하다는 기사로 돌변하고 거꾸로 옴니아2의 취약점을 강조하는 기사가 된 셈이다. 애플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정정 기사는 실리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보도에서 언론은 입을 맞춘 듯 아이폰을 공격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결함과 문제점은 축소하고 있다. 이를 들춰내고 해명을 끌어낸 건 전적으로 누리꾼들의 역할이었다. 스마트폰에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누리꾼들이 스마트폰 관련 언론 보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마트폰 전문 카페에서는 갤럭시S 역시 과거 옴니아2보다는 훨씬 좋은 스마트폰이지만 아이폰4와 비교하기에는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심지어 비교적 진보성향인 한겨레조차도 "갤럭시S 뜨거운 아이폰 추격"이라는 제목의 낯뜨거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한겨레는 "우리나라에서 단일 기종의 휴대전화가 출시 10일 만에 20만대 이상 나간 것은 처음"이라면서 "갤럭시S는 출시 6일 만에 10만대를 넘는 기록도 세웠다"고 보도했다. 역시 판매물량과 공급물량을 혼동한 잘못된 기사다.
갤럭시S(오른쪽)는 하드웨어 사양에서는 아이폰4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삼성전자의 도를 넘는 언론 플레이와 홍보 일색의 기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하고 있다. 갤럭시S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도 대부분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실제로 해외 언론은 갤럭시S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홍보하는 것처럼 폭발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은 주력 모델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X를 선정했다. AT&T는 아이폰4, 스프린트는 HTC의 Evo4G를 밀고 있다. 갤럭시S는 후발주자인데다 주력 시장을 찾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폭발 기사가 언론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던 블로거 코나타는 "갤럭시S와 비교해야 할 대상은 아이폰4가 아니라 시리우스나 디자이어, 넥서스 원, 옵티머스 등"이라면서 "이들은 모두 안드로이드OS, 1GHz CPU, 500만화소 카메라 WVGA해상도등 스펙이 거의 같지만 넥서스원은 무약정 출고가가 60만원대, 디자이어는 90만원대인데 갤럭시S는 DMB가 추가됐다는 이유로 1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나타는 "삼성전자의 주장대로 갤럭시S는 아이폰3GS보다 CPU 클럭이 높지만 CPU 클럭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OS와 펌웨어, 소프트웨어, 유저 인터페이스, 앱스토어와 어플리케이션의 질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